기적 같은 새 삶 선물해준 기증자·의료진에 감사

작성 : 관리자 / 2018-04-13 00:00


간경변 말기 정봉희씨 82세 뇌사자 간 이식으로 극적 회복
최수진나·김효신 교수팀, 초고령자 장기이식 성공 새 희망 밝혀

“저에게도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되다니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예요. 꺼져가는 생명에 새 삶을 불어넣어 주신 교수님께 거듭 감사드립니다. 또한 나에게 소중한 선물을 안겨주고 세상을 떠나신 어르신께도 감사와 명복을 기원합니다.”

지난 4월 7일 82세의 초고령 뇌사자의 간을 기증받아 극적으로 새 삶을 얻은 정봉희 환자는 수술 후 병실에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이 믿기지 않은 듯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소감을 밝혔다.
B형 간염에 의한 간경변증 말기로 사경을 헤매던 그는 이식혈관외과 최수진나 교수와 김효신 교수의 이식수술을 통해 새 생명을 선물 받았다.

그는 회진 차 병실에 들른 두 교수의 손을 잡고 “삶의 절벽에서 나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며, 너무 너무 감사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다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최수진나 교수는 “무엇보다 고령의 뇌사자의 간 상태가 좋아서 정말 다행이었고, 수술도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 됐다” 면서 “환자의 이겨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자세도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삶의 기로에 섰던 정 씨의 수술은 사실상 기적이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수술 전 간경화 합병증이 급격하게 진행돼 심한 황달에다 약물로도 조절되지 않는 복수와 흉수가 생겨 간이식 외에는 다른 치료방법이 없는 최악의 상태에까지 달했다.
그의 형과 누나가 간을 기증하겠다고 나섰지만 안타깝게도 둘 다 기증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후 급성 신부전 증세까지 나타나자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었으며, 더 이상 시간적 여유가 없어 뇌사자 간이식 대기자 명단에 등록하게 됐다.

또한 뇌사기증자를 기다리는 동안 정 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들은 지인 두 명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간을 기증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그마저도 받을 수 없었다. 이유는 비혈연간 생체 이식은 순수성을 입증하기 위한 법적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돼 순수기증을 인정 받은 후 수술하기에는 환자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생체간이식을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오로지 응급 뇌사자의 간이식만이 삶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비록 시간에 쫓기는 절박한 상황이지만 뇌사자 간이식은 신장이식과는 달리 환자의 응급도 순으로 배분되기 때문에 실낱같은 희망은 있었다. 다행히 정 씨 가족은 대기자 등록 5일만에 목포지역에 혈액형이 적합한 뇌사자가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기증자의 나이가 초고령인 82세로 기증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사실에 또다시 막막했다. 대기자에 등록 후 1주일 내 간이식을 받지 못하면 환자의 응급도를 재평가해, 재등록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정 씨의 경우 급성 신부전이 조금씩 회복되는 상황이어서 응급도 평가가 하향 조정되면 간이식 희망도 접어야 한다. 이같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최수진나 교수팀은 뇌사자의 간 상태를 직접 확인한 후 이식 여부를 결정키로 하고, 뇌사자가 있는 목포로 향했다.

운명의 여신은 그를 저버리지 않았다. 사실 큰 기대없이 뇌사자에게 갔지만, 다행히 연령에 비해 간 상태가 좋아 간이식 수술을 진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뒤늦게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에게는 또 한 번의 행운이 있었다. 이번 뇌사자의 간기증은 정 씨보다 우선 순위의 환자가 한 명 있어 자칫 시기를 놓칠 뻔 했었는데, 그 환자측에서 고령이란 이유로 포기함으로써 운명의 여신이 그에게 미소를 짓게 된 것이다.

또 이번 수술은 뇌사자의 연령이 82세의 초고령이라는데 의료적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초고령인 뇌사자의 간이식은 잘 시행하지 않는 의료현실 속에서 최수진나 교수팀의 성공적인 수술은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이번 뇌사자의 연령은 전국적으로 서울·경기지역의 83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나이이며, 호남·충청지역에선 최고령이다.
한편 정 씨는 수술 후 별다른 합병증 없이 손조롭게 회복해 매우 건강한 상태로 수술 한 달여만에 퇴원했다.
그는 “전남대병원 의료진에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하고, 건강을 되찾아서 남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제2의 인생을 살아 가겠다”고 다짐하며 병실을 나섰다.

최수진나 교수는 “이번 수술을 통해 전남대병원의 수준 높은 이식수술 역량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면서 “이식을 받고자 대기하는 환자 수에 비해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앞으로 말기 간질환이나 급성 간기능부전 환자들에게 새 삶을 제공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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